며칠 전부터 여자친구가 건강을 챙기겠다며 아침마다 동네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나는 늘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게 취미였지만, 여자친구가 계속 같이 걷자고 해서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처음 며칠은 그냥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라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여자친구가 운동복을 달리 입기 시작했다. 평소엔 간단한 트레이닝복과 운동화를 신었는데, 최근에는 몸에 딱 붙는 요가복에 화려한 운동화를 신고 나오는 거다. 심지어 향수까지 살짝 뿌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 한편이 찜찜했지만,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운동하는데 신경 쓰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여자친구가 자꾸 핸드폰을 확인하는 걸 보게 됐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왜 자꾸 핸드폰 봐?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어?"
그러자 여자친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나 요즘 조깅 동호회에 가입했어. 같이 뛰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늘 좀 늦을 것 같다고 해서."
‘조깅 동호회?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잖아.’ 그녀가 나와 함께 조깅하던 시간엔 분명히 동호회 얘긴 꺼내지 않았었다. 순간 가슴 한쪽에서 알 수 없는 질투심이 피어올랐다. ‘이 동호회 사람들, 대체 누구지?’
그 후로 아침마다 그녀는 동호회 사람들과 조깅을 나가면서 예전과는 다르게 더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점점 불안감이 커졌다. 설마 나 모르게 다른 사람들과 더 친해진 건가?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그날 밤, 나는 참다 못해 그녀의 핸드폰을 몰래 열어보려고 했다. 카톡을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대화 목록에서 동호회와 관련된 메시지들이 전부 삭제돼 있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지? 왜 삭제한 거지?
불안함을 참을 수 없어서 그녀가 잠든 후, 태블릿을 꺼냈다. 카톡이 연동되어 있으니 태블릿에서 대화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태블릿을 켜자마자, 그녀가 최근에 찍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 그녀는 동호회 사람들과 조깅하면서 몸에 딱 맞는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그 레깅스, 생각보다 너무 멋지고 편해 보였다. 순간 나도 그런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나도 하나 사볼까?'
나이키의 신상 레깅스, 그게 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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